성장이 정체된 듯한 날의 기록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
기록을 꾸준히 이어가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매일 비슷한 문장을 적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의 내면은 정말로 성장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어제 적은 고민이 오늘 또다시 반복되고, 삶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 정체기를 마주할 때 기록은 때로 무거운 숙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성장이 멈춘 듯한 갈증을 느끼는 날에도 결코 펜을 놓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날일수록 기록은 나를 지탱하는 유일한 지지대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고요하게 숨을 고르는 시간 성장이 정체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은 사실 내면의 에너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응축되고 있는 시간이다. 마치 계절이 바뀌기 전 대지가 고요하게 숨을 고르는 것처럼, 우리 삶에도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내실을 다져야 하는 필연적인 구간이 존재한다. 나는 기록을 통해 이 고요한 정체기를 견뎌내는 법을 배운다. 대단한 깨달음이나 성취가 없더라도 그날의 감정을 담담히 적어 내려가는 행위 자체가, 나를 무기력의 늪으로 빠지지 않게 붙잡아주는 최소한의 규율이 되어준다. 지면 아래에서 내리는 깊은 뿌리 또한, 기록은 정체기 속에서도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는 '변화의 씨앗'을 발견하게 돕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은 일상의 반복 같지만, 수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제와는 아주 조금 다른 단어의 선택이나 미묘하게 달라진 시선의 각도를 찾아낼 수 있다. 변화는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가랑비처럼 서서히 젖어드는 것임을, 나는 기록의 축적을 통해 확인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열매가 없다고 해서 나무의 성장이 멈춘 것이 아니듯, 나의 기록 역시 지면 아래에서 더 깊은 뿌리를 내리는 중임을 믿는다. 정체기의 기록은 나에게 '기다림의 미학'을 가르쳐준다. 우리는 무엇이든 빠르게 성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하지만, 인간의 내면이 단단해지는 데에는 물리적인 절대 시간이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