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이렇게 남겨두는 기록
기록을 이어온 지 어느덧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르다 보니, 이제 나에게 쓰는 행위는 선택이 아닌 삶을 지탱하는 본능에 가까워졌다. 처음에는 그저 잊히는 것이 아쉬워 시작했던 문장들이 모여 어느덧 나라는 사람의 형체를 선명하게 빚어내고 있다. 거창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도,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휘몰아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나는 오늘도 펜을 들고 오늘의 나를 지면 위에 정직하게 남겨두려 한다. 이것은 나를 향한 가장 내밀한 고백이자, 세상을 향한 나만의 응답 방식이다. 기록이 선사한 삶의 풍경들 돌이켜보면 기록은 나에게 매일 새로운 삶의 질감을 선사해 주었다. 번거로운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며 느림의 미학을 배웠고, 성장이 정체된 듯한 답답한 날에도 묵묵히 써 내려간 한 줄이 결국 나를 다음 단계로 이끌어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복제된 듯한 일상 속에서도 미세한 틈을 발견하며 삶의 경이로움을 만끽했고, 도저히 문장이 떠오르지 않아 남겨두었던 공백조차 사실은 내 영혼이 숨을 고르는 소중한 쉼표였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 모든 과정은 결국 '기록하는 나'를 더 깊이 사랑하게 만드는 여정이었다. 나를 지키는 가장 작고 강한 요새 내가 기록을 멈추지 않는 궁극적인 이유는 기록이 주는 '단단한 중심' 때문이다. 정보가 넘쳐나고 타인의 시선이 곳곳에 침투하는 현대 사회에서, 기록은 나만의 고유한 주파수를 유지하게 돕는 훌륭한 안테나가 되어준다. 수첩을 펼치는 순간만큼은 소음이 잦아들고, 오직 나의 목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고요한 성소(聖所)가 열린다. 이곳에서 나는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흐트러진 의지를 다잡으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방향이 어디인지를 끊임없이 되묻는다. 기록은 나를 무너뜨리려는 수많은 파도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는 가장 작지만 강한 요새와 같다. 물론 앞으로도...